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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대하여
연규헌
20년 02월 08일    354

                        담배에 대하여

 

 남미가  원산지인 담배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고 하는데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니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국민 건강을 고려해 금연을 장려하고 금연구역이 해마다 늘어나서 요즘은 아파트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면 곧바로 민원이 들어와 관리실에서 방송을 하기도 하고 음식점도 금연이라서 술 마시다가 밖에 나가서 피우고 들어오듯 끽연자들이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담배 제조 판매업은 별로 쇠퇴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끽연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성인 남자의 흡연자는 감소하지만 청소년 흡연자와 여성 흡연자는 계속 증가한다고 한다.

 담배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백해무익하고 암을 유발한다고 하여 담배 끊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담배와 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담배란 피워서 나쁠 수도 있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담배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이 전부 담배를 배워 피울 때, 그들이 부러워서 나도 한 때 담배를 배우려고 애쓴 적이 있는데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지 적응이 안돼서 포기했다. 뻐끔 담배에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고, 그나마도 눈물이 나서도 안 되었고 입안이 영 개운치를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흡연자가 허파로 1차 필터링한 담배 연기 보다는 생담배 타는 냄새를 싫어한다. 그리고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경멸한다. 담배는 제 자리에서 앉거나 서서 피워야지 걸으면서도 피우다니.....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인지 길을 걷다가도 담배 연기에 민감해서 담배 연기냄새가 후욱! 스치듯 나서 주위를 둘러보면 반드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간접흡연이 건강에 더 해롭다는데 나는 머리가 아프다

 

 애연가들의 담배예찬론은 [담배 피우는 자유], [작품 활동의 일부], [인생의 동반자].[나의 휴식처]로 비유된다고 한다

 애연가인 김동인의 [연초의 효능]을 보면

 [한 모금의 연초는 생각이 막혔을 때 막힌 생각을 트게 한다. 근심이 있을 때는 근심을 반감해 주고 권태를 느낄 때는 일의 능률을 올려준다. 더울 때 시원한 맛을 주고 추울 때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한다더 나아가 우중(雨中)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주며 암중(暗中)에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고 했다.

 

 또 천상병 시인의 [담배]라는 시를 보면

  [담배는 몸에 해롭다고 하는데

   그 걸 알면서도 나는 끊지 못한다.

   시인이 만일 금연한다면

   시를 한 편도 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시를 쓰다가 막히면

   우선 담배부터 찾는다.

   담배 연기는 금시 사라진다.

   그런데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진리를 알 것만 같다.

   모름지기 담배를 피울 일이다.

   그러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될 터이니까.]

 이렇듯 담배라는 시에서 흡연의 진리를 배우게 된다고 예찬했다.

 

 공초 오상순은 대단한 골초여서 식사를 하면서도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피웠다고 하는데 그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글자로는[금연]이라는 글자이다. 두 글자를 볼 때는 송충이나 독사를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고 아예 금연을 거부했고 중국의 등소평도 한 때, 하루에 다섯 갑의 담배를 피우면서 [흡연 10대 장점론]을 자랑한 애연가였다고 한다.

 오상순이나 등소평이나 80이 넘도록 살았으니 담배와 수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하기도 하고....

 

 19세기 문인 이옥(李鈺)의 담배 전문서 [연경(烟經 )]은 조선의 담배 경작법, 담배 원산지와 전래 경로, 담배를 쌓고 자르는 법, 담배와 관련된 도구, 담배의 효용 등 담배에 얽힌 조선 후기의 담배 문화에 대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는데

 “시구(詩句)를 생각하느라 수염을 비비 꼬고 붓을 물어뜯을 때, 특별히 한대 피우면 연기를 따라 시가 절로 나온다.” 고 담배의 효용 중 하나를 들었고 담배가 가장 맛있을 때는

 “대궐의 섬돌 앞에서 임금님을 모시고 있는데 엄숙하고 위엄이 있기에 입을 닫은 채, 오래 있다 보니 입맛이 다 떨떠름하다. 대궐문을 벗어나자마자 급히 담뱃갑을 찾아 서둘러 한대 피우면 오장육부가 모두 향기롭다.(연미.烟味)”

 아마도 임금님 앞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자니 시간은 지루하고 담배는 피우고 싶고 얼마나 담배 생각이 간절했으랴. 그러니 서둘러 피우는 그 담배 맛에 오장육부가 다 시원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근래의 대통령 앞에서도 장관이나 비서관들은 마찬가지 이었으리라.

 그래서 요즘은 대통령과 자유롭게 맞담배를 하며 토론 한다던가.

 또 담배 피우는 것이 미울 때는

 “어린 아이가 한 길 되는 담뱃대를 입에 문채 서서 피우다가 또 가끔씩 이빨 사이로 침을 뱉는다. 가증스러운 놈!(연오.烟惡 )”   

  도심의 빌딩 구석진 계단 아래나 집 근처 공원을 가끔 가다보면 청소년(여학생도 포함)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찍! ! 뱉는 것을 보고 나도 저런 싸가지 없는 것들!” 하고 속으로만 욕을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옛날부터 그런 아이들이 있었나 보다그래서 담배는 술과 달리 어른 앞에서 피우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졌는지도 모르겠다그리고 흡연을 금하는 것에는

 “대중이 모인 곳에서 혼자 피우는 것은 안 된다. 매화 앞에서도 안 된다. 몹시 덥고 가물 때도 안 된다. (연기. 烟忌)” 했다.

 난을 키우거나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담배 연기를 멀리하듯이 담배는 이렇듯 예전부터 예의와 품위를 지키며 피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흡연의 멋으로는 염격(艶格)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어리고 아리따운 미인이 임을 만나 애교를 떨다가 임의 입에서 반도 태우지 않은 은삼통(銀三筒) 만화죽(滿花竹)을 빼내어 , 재가 비단에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앵두 같은 붉은 입술에 바삐 꽂아 물고는 웃으면서 빨아댄다.(연취.烟趣)”

 요즘도 룸싸롱이나 단란주점에 가보면 짧은 치마의 아가씨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 먼저 담배 피우기가 어려워서 인지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면 얼른 뺏어서 필터에 루즈 자국을 진하게 남기며 세상 근심 다 날려버릴 듯이 깊게 빨고는 길게 내 뱉는 것을 종종 본다.

 아마도 옛 부터 안방마님들도 담배를 피웠었고 기생들은 남자들 앞에서도 피웠었나 본데 그런 장면을 옛 사람들은 무척 섹시하게 보았었나 보다.    

  

 조선조 정조는 학문을 즐겨 독서와 연구에 몰두하고 밤을 지새우는 날이 잦아 소화불량에 시달리고는 했는데 담배로 치유하여 담배를 즐기고 당파싸움과 신구 개혁 세력들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의 고뇌를 흡연으로 해소하였기에 조선조 역대 임금 가운데 최고의 애연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정조는 45세 되던 해, 문신들에게 담배를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험 문제를 내기도 했다 한다.

 [백초지중에 사람에게 유익하기로는 담배만한 것이 없다. 이 풀은 본초에도 실려 있지 않고 이아(爾雅)에도 나타나 있지 않지만 후세에 와서 알려져 약방에 보배가 되었다. 맛 좋은 술도 많이 마시면 도리어 실언을 하게 되고 향기로운 차라도 한 말을 마실 수 없지만 담배는 아무리 피워도 실언을 하거나 배부르지 않고 합환주(合歡酒)와 같은 즐거움과 차를 마시는 신선(神仙)의 아취(雅趣)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정조의 어록에 보면

 [담배는 사람에게 이롭다. 더울 때 피우면 더위가 물러가고 추울 때 피우면 추위를 막아주고 식사 후에 피우면 소화를 도와준다. 용변을 볼 때는 악취를 없애주며 잠이 오지 않을 때 피우면 잠이 온다. 뿐만 아니라 시나 글을 지을 때, 남들과 대화를  나눌 때, 조용히 앉아 사색에 잠길 때 등 어느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없다.]

 이렇듯 정조가 한 말이나 김동인의 [연초의 효능]이 비슷하듯이 애연가는 화장실에서 즐겨 피우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담배를 즐겨 피우는 것 같다. 어느 하나 도움 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이니....

나의 선친께서는 술 담배를 즐겨하신 한량이셨다. 그런데 나의 형님은 술은 전혀 안하시는데 담배는 아직도 못 끊고 있고, 나는 비 흡연자지만 좋아하는 술을 못 끊고 있다. 유전적으로 형제가 술과 담배로 나누어 받은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형님과 만나면 술을 안 하기에 별반 대화가 없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빌리면 아들과 사위도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나쁜 놈들 같으니라구, 그러니 명절에도 술을 권할지도 모르고 추운 겨울에도 담배를 피우려고 아파트 승강기를 오르내린다.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을 보면 산이고 술집이고 모임이나 휴게소에서도 틈만 나면 담배를 피우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며, 나 같으면 귀찮아서도 금연 할 텐데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마약 같은 것이라서 흡연중독이 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정조 시절에는 담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의학적으로 연구를 못했기에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요즘은 담배가 우리 신체에 해로운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듯이, 담배가 육체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하는데도 흡연자들이 금연을 못하는 이유가 담배가 기호식품이 아니라 마약 같아서 마음을 위안하고 신경을 진정시켜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사색을 하면서 정신적 행복의 수명을 연장 시키고 마음속으로 인생을 상념하며 즐기는 것을, 참새가 기러기의 뜻을 모르듯 금연자가 어찌 알까마는 담배 피우는 사람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도 하고, 술 안 마시는 사람도 간암에 걸리고 담배 안 피우는 사람도 폐암에 걸리듯, 담배 피우는 사람도 얼마든지 장수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죽고 사는 것은 다 운명이려니 생각되며, 나는 담배 연기가 싫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흡연자들의 정신적 건강의 측면도 고려해 나의 형님이나 아들을 보아서도 조금은 그 들을 이해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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